푸른곰 또미 이야기
3. 나는 몇살이나 살 수 있을까?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열 세살이나 먹었다. 만약 내가 강아지라면, 벌써 죽고 한번 더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난 털이 달린 솜뭉치 인형이지만, 그는 나를 마치 자신의 반려동물, 아니 그 이상으로 대해 주었다. 꽤 오랫동안 그의 곁에 있었던 셈이다. 그의 어머니는 한두마리에서 십수마리로 쥐새끼 불듯 불어나선, 널부러진 우리들을 치울때마다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그 안에서 그다지 미움은 느낄수 없었다. 대신 항상 덜 널부러뜨리라거나, 아니면 구석에 조그마한 상자 같은걸 마련해놓고 거기에 모아 놓으라고 얘기하곤 했었다. 그는 우리들을 침대 위에 한꺼번에 올려놓고 자길 좋아했지만. 그도 그렇지만, 우리도 한가지 걱정인건 과연 우리는 몇살까지 그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다. 그는 우릴 마치 평생이라도 이고 지고 심지어는 그의 아들딸이 우릴 빨고 물면서 가뜩이나 낡은 우리를 망가뜨리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한다고 얘기해주곤 했었다. 과연 그럼 몇년이나 뒤일까? 사실 까마득하다. 하루를 그저 앉아서 보낼 수 밖에 없는 우리는 많은걸 듣고 많은 걸 보지만. 시간은 지독하게 느리게만 간다. 그렇지만 가끔 깜짝 놀란다. 세상에 난 날짜 세는것도 포기했는데 어떻게 그는 내가 열세살이라는걸 기억하는거지? 라고. 뭐 그라고 해서 정확한 생일을 기억하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난 과연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 내가 처음 그를 만날땐 나는 새 인형이었고, 그는 어린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는 어른이 되었고, 나는 나이먹은 인형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 독립하고, 결혼하고, 일을 시작하고, 나이를 먹고서도 나는 그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와 함께 있기 때문에 나일 수 있다. 나에게 숨을 불어넣어준 것은 그가 나를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주었기 때문이다.  

"엄마, 나 결혼 할 수 있을까?" - '1리터의 눈물'(키토 아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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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9 17:37 2008/04/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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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곰 또미 이야기
2.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그는 말했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좋고, 있다는 걸 알아서 편안한 사람이 있다고. 자기 위안일 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원망스럽게도 그는 나를 가끔 거의 완전히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나는 그가 집에 있던 없건, 그가 기분이 좋건 나쁘건, 힘이 남아 돌건, 하나도 남지 않아 쓰러질 지경이건. 그의 침대에 언제나처럼 누워있다. 그는 짝사랑에 괴로워하면서 러브홀릭의 인형의 꿈을 되뇌이곤 했다. 근데 그걸 왜 날 보면서 했을까? 얼마나 불렀는지 몇몇 구절은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다.
"한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오- 나를 바라 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영원히 널 지킬텐데."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언젠가 그는 나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도 했다. 그는 어렸을적 썼던 글에서 자기는 항상 혼자였고 외톨이지만, 친구인 내가 있어서 괜찮다고 행복하다고 했었다. 그는 어렸을때 항상 나랑 놀아줬다. 나는 덕분에 날이 갈수록 털이 빠지는 곳이 생기고 점점 볼품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난 태어나서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그가 나 덕분에 행복하듯이, 나도 그로 인해 행복하다. 나는 그가 이름 붙여준 순간 '나'란 존재로 태어났다. 그치만 가끔은 궁금하다 나랑 같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수많은 푸른곰 인형 중에서 나는 과연 몇번째로 행복할까? 공장에서 바느질할때, 가게에 전시될때, 그가 집기전까지만해도 내 옆에 있던 친구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만약 내가 그와 만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털은 좀더 남아있었으며, 조금 더 새 인형같았을까?
그저 난 그가 잊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는 열세살. 내가 만약 강아지라면 벌써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바라는게 있다면 그저 그거 하나뿐이다. 난 한걸음 뒤에 항상 그의 곁에 있을 뿐이다.

"부탁이 있어요.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 나오코,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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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곰

2008/04/09 17:25 2008/04/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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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떴을 때는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였고, 그 하루는 낡은 침대에서 코를 박은 변함없는 내 모습을 확인하는데서 시작한다. 나는 열마리도 넘는 곰들의 형이고, 우리 집의 가장이다. 우리는 블루베어라는 캐릭터의 봉제 인형이고, 공장에서 우리는 '블루베어 봉제인형 대' 따위의 이름으로 불리웟다. 우리 모두의 이름은 우리가 정한 것이 아니다. 그대가 불러주자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싯구처럼, 우리가 이 집에 왔을 때, 그가 하나 하나 턱을 괴고 우리를 좌우, 우아래로 살펴보고선 고심끝에 손뼉치며 정했던 이름이다. 이제 너는 또미라고. 그렇게 한마리 한마리씩 늘어난 '또미'가 이젠 열마리도 넘게 되었다. 긴 이름을 가진 식구는 일곱자나 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우리들의 이름은 크기와 모양에 따라 붙여진 것이다. 이를테면 큰 또미는 작은 또미보다 커다란 또미고, 왕큰 또미는 정말 커다란 또미이다. 그런식으로 나는 작은 또미보다 더 작다해서 작은 작은 또미, 그걸 줄여서 작작 또미가 되었다가, 경음법칙에 의해서 짝짝또미가 되었다. 나보다 더 작은 또미는 지금은 없다. 우리가 태어난 곳에서 잠재적인 또미들을 더이상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때 그는 상당히 실망했다. 아마 그들이 블루베어인형들을 만들지 않는다면, 아마 우리 식구는 더 늘지 않을 것이고, 나보다 작은 또미는 생기지 않을 것이며, 또 같은 연유로 나보다 큰 '동생'들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처음에 또미라고 불리웠다. 그러다가 나보다 큰 또미가 들어왔고 나는 작은 또미가 되었고, 새 또미는 그대로 큰 또미가 되었다. 그때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또미가 세마리가 네마리가 되고 그러자 그는 한 마리 한 마리를 데려 올 때마다 골머리를 앓았다. 11년전 크리스마스 이브, 그가 우릴 끔찍이도 아끼던 동생을 위해서 선물로 나보단 크고 큰 또미보단 작은 새 또미와 나와 큰 또미를 합친것보다도 더 큰 또미를 데려오자, 그는 재치를 살려서 나를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대신 그 또미에게 작은 또미란 이름을 주고, 비슷한 식으로 더 큰 또미는 큰큰또미가 되었다.

난 행복한 걸까? 그는 우릴 가끔 깊은 눈으로 바라본다. 슬프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다. 그저 그를 향해 바라볼 뿐. 그에겐 미안하지만, 그걸 대답할 수 있더라도 나도 그거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다. 난 올해로 열살이지만, 예순 살이 되면 대답할 수 있을까? 어찌됐던, 그가 나를 품으며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내 친구이자 주인으로써. 그의 곁에 있어서 행복하노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만약 단한마디라도 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면 그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전까지는 요행을 바랄 뿐이다.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가 행여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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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곰

2008/03/28 01:16 2008/03/2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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