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HD-DVD와 Blu-ray Disc의 전쟁의 9부능선을 넘긴 느낌입니다. 허나 여기저기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우선 IPTV와 VOD 시대에 디스크 매체인 블루레이의 미래가 밝을 것인가. 라는 문제입니다만. 저도 블루레이에 대해서 몇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찍고 넘어가자면, 블루레이는 성공할 수 있느냐? - 네 그렇습니다. (아직은) 성공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라고 봅니다. 현실적인 문제 몇가지를 생각해봤습니다.
 
1. 블루레이 비디오 - 도대체 얼마나 크냐?

Blu-ray Video의 경우 초당 전송률이 최고 48Mbits/s입니다. 초당 6MB입니다. 돌려 얘기하자면, 120분짜리 영화 한편에 42.18GB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비트레이트를 전부 활용을 안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눈부신 압축기술의 진보 탓이겠지요. 예를들어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같은 경우 VC-1으로 보통 10Mbps~25Mbps 정도라고 하는군요.

 블루레이는 현재 H.264나, MPEG-2, VC-1를 이용해서 제작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이 세 코덱의 압축률과 화질, 혹은 그 둘 중 하나라도 능가하는 코덱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DivX도 결국은 MPEG4를 역리버스해서 만든것이지요). 잘 알 수 있는 예가 HD급 캠코더인데, HDV하 MPEG2로 1920*1080i 신호를 녹음하는데 27Mbit/sec가 필요하지만, 지난 2월초 출시된 파나소닉의 HDC-SD9라는 기종에서 블루레이와 동일한 MPEG-4 AVC를 사용하는 AVCHD 방식으로 9Mbit/sec 정도로도 기록할 수 있는 기종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 이상을 3만원 안짝의 8G 메모리카드를 이용하면 113분을 녹화할 수 있죠.  이처럼 MPEG4 자체가 고압축률을 상정해서 만들어진 것인지라 핸드폰에서부터 이젠 가정용 영상 매체까지 대체하게 된것입니다. 그러므로 제 가정은 현재 시점에서 HD 급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가장 효율 좋은 코덱은 이 셋이라는 전제를 하겠습니다.

2. 블루레이 비디오 - 도대체 전송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저희 집이 100Mbps 급 FTTH가 깔려있습니다만, 속도측정을 해보면 90Mbps(11.25MB) 전후, 웹하드 등 가장 여건이 좋은 사이트에서 다운해도 실사용속도는 최고 45~50Mbps(5.8MB/s~) 정도였습니다. 멜론이나 도시락같은 대기업의 서비스는 1/10정도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Core Duo 시스템에 3GB 메모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가 속도를 감당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광랜도 아니고 제 눈앞에까지 광 케이블이 연결되는 FTTH급이므로 상위 몇%에 드는 좋은 환경일 것입니다.

가장 괜찮은 환경인 웹하드에서 다운로드 받는것을 감안하면 예를 들었던 해리포터의 경우에는 얼추 13GB니까... 2327초... 38분이군요. 느긋이 기다려 볼까요?  - 아. 다운로드 받는게 불법이라는 말을 안했군요..... 아차차.

으음... 역시 합법적인 사업모델로 가자면, 하나TV처럼 IPTV내지는 VOD로 서비스 하는 수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이들과 경쟁이 불가피한데, 그럼 이걸 스트리밍한다고 가정해보죠.

우선 스트리밍 하려면 버퍼링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뭐 요즘 인터넷을 시작하신분은 속도가 빨라서 1Mbps정도의 동영상까지는 거의 즉시 재생되므로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모뎀이나 ISDN, 초기 HFC모뎀(케이블 모뎀이라고도 하죠), ADSL 사용자라면 매체를 재생하기 위해서 버퍼링을 해야하는 것을 아실것입니다. 아마 FTTH 급의 회선에서도 블루레이 급의 HD 영상을 보려면 당연히 버퍼링이 필요할것입니다. 말씀 드렸듯이 좋은 회선이 있어서 설령 속도가 안정적으로 수돗물마냥 콸콸 나온다하더라도, 안정적인 재생을 담보하려면 몇초건, 버퍼링은 필요합니다. 속도가 빨라서 덜 느껴지는거지 어떤 동영상이든 버퍼링은 하죠. 문제는 얼마나 하느냐는건데, 대충 10초 정도를 잡자면 평균잡아 한 15Mbps로해서, 18MB이니까... 최고속도로 다운이 가능하다면 3초 정도면 되겠네요. 어찌됐던 최소한 VDSL급 이상의 회선이 필요하고 FTTH 이상의 회선은 필요하네요.

3. 블루레이 비디오 - 전송하는데 드는 비용은?

현재 블루레이 급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할 수 있는 수준의 광랜망이나 FTTH 망은 수도권 일부도시와 대도시권 일부에만 깔려있습니다. 이걸 다 깔려면 얼마나 돈이 들런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하여간 일단 집집마다 FTTH가 깔려 있다고 가정하고. 그 비용은 얼마가 들까요? P2P사이트에서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1MB당 1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1만 3천원 가량이 드는군요...... (뭐 무제한이나 시간 정액으로 하는 곳도 있다지만 그런곳은 속도가 반도 안나온다죠... 4시간이라... 음)  하나TV라던지 메가TV 같은 서비스도 SD급 영화 한편에 1.4GB정도가 드니... HD 영상을 서비스하려면 10배 이상의 용량이 필요한데, 당연히 정액제 서비스에서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겠죠.

게다가 너도나도 HD급 비디오를 다운로드 한다면 백본망에 엄청난 무리가 올겁니다. 그러면 동영상을 고품질로 전송하기위해서 국가 기간망까지도 확충해야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비용문제 산정은 포기입니다. ㅡㅡ;

4. 블루레이 비디오 - 저장은?

750G짜리 하드를 보통 15만원 정도면 사는군요. 15G를 메디안으로 삼으면 약 50편을 저장할 수 있네요. 보고 나서 저장공간이 모자라면 지우던가 해서 저장공간을 벌어야하는데 다시 다운 받지 않으려면 새로 하드를 사거나 별도의 저장매체에 저장해야하는데... 그러려면 블루레이정도가 유일한 대안이군요... ㅡㅡ; 아이러니하죠?

5. 블루레이 비디오 - 독립기기(Stand-alone) 가능성은?

결과적으로 독립기기로써 마련하지 않으면 안방 극장에 보급하기 어렵습니다. HD급 영상을 다운받아보기 위해서 PC를 꽂아라 이건 말이 안되죠. 그러므로 독립된 셋톱박스 같은걸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아주 골치아플 가능성이 있습니다. PC의 경우 VC-1 해독을 위해서 최고 사양의 Core 2 Duo 프로세서와, Radeon 혹은 Geforce 최신형 카드가 필요한데.... 그걸 독립 기기로 만들더라도 상당히 하이 코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또 위의 모든 속도는 유선랜을 사용하는 것을 상정한 것이므로... 인터넷을 보통 컴퓨터 있는 방에 놓고 거실에 TV에 놓는 상태에서... 필견 새로 인터넷 공사를 하거나 유선랜 선을 십수미터 끌어다 쓰거나 아니면... 최후의 수단으로 최신 무선랜 기술인 802.11n을 쓰는 방법이 있는데... 이게 아마 공유기만 10만원이 넘어가는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5. 블루레이 비디오 - 결론은?

결과적으로 볼때, 소장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볼때 디스크라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것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현재로써 합법적으로 컴퓨터 파일 형태로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블루레이의 카피 프로텍션은 역대 사상 최강이지요. 결국은 스트리밍 밖에 없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스트리밍이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스트리밍은 스트리밍의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화질은 여러가지 이유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거에 적통성을 따지는건 우습습니다만, 한국의 경우 이미 대여시장은 괴멸지경입니다. 누가 DVD 를 빌려보나요? 하나TV나 메가TV, 혹은 스카이라이프나 디지털케이블의 VOD로 보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DVD를 볼만한 사람들은 전부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거나 극히 소수의 사서 보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미 재생 전용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40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졌습니다(삼성 P1400). 다른 회사에서도 재생전용기를 내주면 가격은 더욱더 떨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문제는 블루레이의 화질을 십분 발휘 할 수 있는 Full HD급의 디스플레이의 보급이 관건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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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곰

2008/02/19 17:51 2008/02/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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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루레이가 웃었다.

    Tracked from 시리니 2008/02/20 09:26 Delete

    결국 차세대 DVD 포맷은 블루레이가 될 것 같습니다. 1970년대에 발발했던 VTR시장에서의 그 전쟁에서처럼,이번에도 어김없이 컨텐츠를 빨리 확보한 쪽에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그 때 말아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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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차드 2008/03/16 13:13 # M/D Reply Permalink

    지금 HD DVD와 블루레이를 쓰는 Xbox 360과 플스3가 박빙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플스는 적자죠. 그치만 엑스박스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룹니다 그런것으로 보아 엑스박스는 이미 컨텐츠를 많이 확보한 상태입니다 게임이 많이 나왔다는 소리죠. 그런걸 보면 HD DVD가 약간더 우세일것 같군요.

    1. 푸른곰 2008/03/17 01:06 # M/D Permalink

      그렇군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Xbox360은 DVD 기기라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HD-DVD Add-on은 결국 Xbox360을 이용해서 HD-DVD 비디오를 보는 목적으로만 국한되니까 말입니다. 별도의 전원과 케이블도 필요하고 말이죠. 실제로 HD-DVD로 나온 게임은 없었죠. 게임 플랫폼으로 보면 플레이스테이션3와 Xbox360을 보면, Xbox 쪽이 컨텐츠는 많습니다만, 디스크 매체로써 HD-DVD와 BD를 비교하면 BD쪽이 영화나 게임 두가지 모두 압도적입니다.

  2. 아무개 2008/04/04 15:25 # M/D Reply Permalink

    AACS가 손쉽게 뚤혀렸던 것처럼 난공불락이던 BD+가 결국 뚫렸습니다.
    어짜피 새로운 프로텍션이 나올테지만 말씀하신대로 백본망 대역폭과 실사용자 보급율로 볼때는 FHDTV의 저가격화와 보급율이 관건이겠죠.
    그리고 VC-1이나 H.264디코딩에는 큰돈이 들진 않습니다. 전부 소프트웨어 디코딩해야 맘에놓이는 예리한 눈을 가지신분이 아니시라면야..
    햔재로서는 Tvix나 HTPC같은 대안이 있겠지만 타이틀 판매량이 점점 늘어가는마당에 스토리지나 공유기를 마련하느니 전용플레이어나 PS3밖에 답이 없죠.

    1. 푸른곰 2008/04/05 21:09 # M/D Permalink

      언젠가는 뚫릴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만 결국은 뚫렸군요. 뭐... 제생각에도 새 프로텍션이 걸릴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BD+는 전개도 제대로 안되었으니..

      뭐 Dedicated Hardware를 사용하게 된다면 확실히 디코딩에는 큰 비용이나 성능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AVCHD(BD와 형제뻘이죠?)를 Intel Core Duo 2GHz 노트북에서 돌리자 7Mbps VBR 1440*1080i 동영상이 15fps정도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편집을 위해서는 Core 2 Duo에 256MB이상의 VRAM이 필요하다해서 식겁했었죠 ㅡㅡ; 문제는 H.264 디코딩을 해주는 칩은 극히 신형 그래픽카드들에 채택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디코딩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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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에서 소외되어 버린 비운의 물건 

며칠간 액정 텔레비전 때문에 국내외 사이트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 없는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음, 보통 가정에 들여놓는 A/V 가전이 뭐가 있을까요? 우선 크건작건 TV나 영상 매체를 재생하기 위해선 디스플레이가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DVD던 BD던 플레이어가 있어야 할테고... 보통은 이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취향에 따라서 앰프를 달고 스피커를 달고 해서 홈시어터를 꾸미는 옵션도 있죠. 근데 한가지 재미있는건 20세기에서 21세기, 아나로그에서 디지털로 오면서 자연스레 도태된 물건이 있는데 그게 바로 미니 오디오와 비디오 레코더입니다. 20세기에 들어 중산층 가정에 흔히 '비디오'라고 하던 물건과 '오디오'나 '미니콤포'라고 하던 소형 콤퍼넌트 오디오 없는 집이 있었나요? 하다못해 라디오 카세트 정도는 있었잖아요? 

비디오 레코더라고 하면 흔히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 VCR(혹은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VTR)이 떠오르실겁니다. VHS 테이프를 넣고 재생하고 녹화하는 기계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비디오 가게에서 빌리거나 소장한 테이프를 재생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됐습니다만, 본디 VCR이라는 물건에 테이프를 빌려본다는건 VCR이 어느정도 보급되고 난 다음에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사업형태가 생기고나서 이야기지 그 전에는 방송 내용을 녹화해 뒀다가 즐기는 용도였습니다. 마치 캠코더나 미니디스크 레코더와 비슷한 형태가 아녔나 싶군요. 

비디오 레코더의 본디 목적

 최초의 VCR의 성격에 대해서 잘 알수 있는 예가 있는데, 소니가 베타맥스를 내놨을 때, 드라큘라 백작을 모델로 한 광고를 집행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나같이 밤시간에 일을 한다면 못보는 프로그램이 많을 것이오. 하지만 나는 걱정이 없소,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게 녹화 해주는 소니 베타멕스가 있으니 말이오." 그리고 또 녹화를 하면서 다른 채널을 볼수 있도록 듀얼 튜너를 탑재한 기종을 내놓으면서, "당신이 A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때 다른 채널에서 B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 소니 베티맥스만 있다면 동시에 그 프로그램을 볼수 있습니다" 라는 광고를 집행합니다. 

베타맥스를 위시한 VCR(당시는 VHS라는게 없었으니-베타맥스는 세계 최초의 가정용 비디오 레코더였음)은 결국은 방송사로 하여금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게 될 정도로 유행하지요. 그 결과가 여러분이 지금도 비디오를 사시면 들어있는 "저작권이 있는 프로그램을 사적인 용도 이외로 녹화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비슷한 논란이 복사기나 복합기, 미니디스크 등 원본 복제가 가능한 기기에도 이어지죠. 

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테이프로 남겨두어 두고두고 천천히 되감기 빨리감기 해가면서 보거나 동시에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할 때, 혹은 프로그램 도중에 외출하게 됐을 때 등등 VCR이 생기면서 정말 편리한 점이 많아졌죠.

예약 타이머의 등장이 바꾼 생활 

게다가 예약 타이머라는 물건이 생기면서 비디오 산 다음에 비디오의 시계만 맞춰놓으면, 굳이 방송시간에 맞추어 녹화 단추 눌러 녹화를 시작하고 끝낼 필요 없이, 테이프만 넣어두면 예약해둔 시간에 척척 녹화가 되고 미리 설정해둔 시간에 녹화가 끝나도록 할 수 있게 되었죠. 일대 변화를 일으킨겁니다. 

특히 제가 생각하는 소니의 베타가 VHS에 지게 된 가장 커다란 기술적인 까닭은 VHS가 좀더 긴 시간의 녹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인데, 보통 VHS 비디오 테이프가 SP녹화시 120분, LP 녹화(3배녹화)시 360분 녹화가 가능했었죠. 베타는 제가 어렸을때 시장에서 패퇴해서 써보지 않은 까닭에 정확하지 않지만, 베타의 표준 녹화시간이 60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VHS쪽이 메리트가 있었죠. 

하지만 사실 60분 정도면 대개 많이들 녹화하는 TV 쇼나 드라마는 통째로 수록하고 남잖아요? 하지만 예약 타이머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예약 녹화라는게 생기기 전에는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다음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싶으면 새 테이프로 갈아넣고 녹화 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기왕 예약 녹화라른게 생겨서 그게 자동화 되고나니 앉으면 눕고 싶은게 사람 심리라고, 몇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거나 여행을 하는 이유로 하나 이상의 프로그램을 못볼 경우가 있으므로, 기왕이면 비운 동안에 여러개의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싶은게 사람 심리인게죠. 하지만 예약녹화시에는 테이프를 자동으로 갈아주는 시스템까지는 없었으므로, 결국에는 테이프 하나 넣어두고 장기간 녹화가 되는 편이 유리하지요. 그래서 베타가 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절로 녹화되고 끝나니깐  신문의 텔레비전 면을 펼쳐놓고 예약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미리 봐뒀다가 예약해놓으면 학교에 가거나 친구내에 놀러가거나 외식을 나가도 얼마든지 녹화가 되니 정말 좋았죠. 일전에 소개한바와 같이 소니광이었던 할머니가 사준 소니 VCR로 예약녹화해서 보는 맛에 빠졌던 당시 여덟살에 불과했던 저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G코드 예약 녹화가 되는 VCR을 가지고 싶어서 부모님에게 엄청 때를 썼죠. (G코드란, 방송 채널과 시작시간과 끝시간을 암호화 해둔 코드를 말하는 것으로 일일히 시작 끝시간을 입력하고 채널을 설정할 필요 없이 코드만 넣으면 저절로 셋팅이 되는걸 말합니다. 90년대 초중반만해도 신문 TV 방송표에 G코드를 넣어주었으므로, 그걸 보고 VCR에 리모콘으로 입력해주면 자동 녹화가 되는거죠)  

본디 목적과는 달리 사용된 VCR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보다 비디오를 녹화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적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돌아가신 외할머니 집에가면 생전 좋아하던 드라마를 녹화해둔 테이프(이를 테면 허준 같은)가 수백개로 산더미같이 있는데, 어렸을때는 주변에서 비디오를 빌려서 보기만 했지 할머니같이 비디오를 녹화해서 즐기던 사람은 또 보지 못했고, 나이가 먹고 나서는 VCR이라는 물건이 희귀해지면서 보질 못했습니다. 

여하튼 보통 VCR은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서 보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그 촉매가 된 건 한때 수만개 까지 있어서 전국방방곡곡 동네에 하나씩은 꼭 있던 비디오 대여점 덕분이었죠. 그렇다보니 녹화를 위한 튜너가 없는 재생용 VCR도 많이 팔려나갔고, 이렇게 생긴 재생 수요는 DVD과 DivX가 등장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된 화질과 음질 그리고 편의성으로 하여금 점차로 VCR 에서 이들 매체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게다가 녹화수요는 그 시기에 겹쳐서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이 이뤄져 VOD(Video on Demand)가 널리 이용되기 시작하게 되면서 또 축소가 되죠. VOD는 처음에는 몇몇 프로그램에서 저화질로 이뤄지다가 점차 많은 프로그램이 좋은 화질로 제공되고, 그리고 이게 돈이 된다고 생각한 방송사들이 하나 둘씩 유료화하기 시작하면서 유료화되고 화질도 나아지게 됩니다. 

VCR 단체(單體)기기는 거의 멸종이 되고, DVDP와 VCR 사이의 전환의 과도기에 '콤보'라고 하여, VHS 데크와 DVD 드라이브를 일체화한 기기가 조금 나오다가 단종되어 버리고 맙니다. 녹화를 즐겨하는 문화가 좀더 정착되어 있었고 저작권 문제에 민감해 VOD를 소극적으로 도입했던 일본이나 해외에 경우 좀 더 오래 걸려서 2000년대 중후반에 가서야 단종되지요. 거의 50년만의 멸종인 셈이지요..
 
VCR의 멸종... 그후 판이하게 다른 판도

이렇게 VCR이 멸종되게 된 까닭은 VCR을 대체하는 무언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것이 VOD 였습니다. 녹화하는 수고 없이 얼마든지 원하는 때에 간편하게 클릭한번만에 볼 수 있으니 말이지요. 복잡한 테이프도 넣을 필요없고 TV 프로그램표를 보아둘 필요도 없고 말이죠. 

한편으로 저작권 문제에 민감하고, 새로운 미디어의 판매 채널에 대한 인식이 치밀하며, 컨텐츠의 제작자가 방송사 못지않게 입김이 강력해 유료화 모델을 세우기 힘들었던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VOD나 다운로드 시장이 늦게 정착하게 되어,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DVR)가 이 자리를 대체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본질적으로 언제든지 TV 를 보지 않고도 영상을 볼 수 있는 VOD 제공은 TV 시청률의 감소와 광고 수입 감소로 인한 사업모델의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왔으며, 2차 매체(DVD,VHS의 매체로 수록해 판매하는 수입) 수입, 그리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케이블이나 위성채널등으로 재판매가 많았던 까닭에 두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쉽사리 VOD를 할 수 없었죠. 뒤늦게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미국에서 얼마나 커다란 진통이 있는지는 2차 매체 수입 및 인터넷 판매 수입의 배분을 주장하며 작년 발생한 미국 작가조합 파업 사태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지요. 일본에서는 유료 IPTV로 방송의 제공이 시도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같이 대대적이진 않죠. 

DVR의 대두와 VCR의 대체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는 주로 기기에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녹화하는 방식이었고, 인터넷에서 제공되거나 방송 스트림에 포함된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Electronic Program Guide;EPG)가 내장되어 녹화의 편의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시각을 입력하지 않아도 화살표 선택만으로 검색, 녹화가 가능하고,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회를 녹화하고 싶을때 일일히 시간을 입력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매회 녹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이나, 장르별로 녹화하거나, 방송시간의 변경이나 연장, 축소 등의 경우에도 자동으로 변경되도록 설정하고, 극단적으로 TiVo에서처럼 광고까지도 스킵하도록 설정되는 기능이 생겨났죠.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테이프라는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나고, 디지털화 되고 HD 방송이 시작되면서 점차 DVR은 고화질화 됩니다. 하드디스크도 수백GB까지 늘어나고, 급기야 최근 기종에서는 1TB를 탑재한 기종이 판매되기 시작하죠. 압축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고품질의 영상을 수십~수백시간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고, 거기에 기록 가능한 DVD와 블루레이의 등장으로 하드디스크의 용량에 얽메이지 않고, 디스크만 계속해서 넣어주면 얼마고, 몇십시간분의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스크로 저장한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DVD 플레이어 등으로 볼 수 있게 되었죠. 

편리함을 추구하기로는 전세계에서 제일가는 일본인들은 여기에 덧붙여서 튜너를 하나 더 달아 동시에 두개의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게 만드는 등 편리한 기능이 생기면서 점차 녹화를 위해서 VHS를 사용하던 사용자를 흡수, 이후는 앞서 소개한바와 같이 VHS 데크의 멸종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소니나 파나소닉, 샤프를 비롯한 일본 가전 업체는 이제 DVR을 엄청나게 밀게 되고, 결과, DVR의 한 종류인 DVD 레코더는 액정 텔레비전과 디지털 카메라와 더불어 일본의 신 삼종 신기(혹자는 디지털 삼종신기라고 부릅니다; 본디 삼종신기는 일본 전설에서 천황의 권력의 상징으로써 검, 구슬, 거울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만, 경제 발전기에 TV, 냉장고, 세탁기, 이 세가지 물건이 엄청나게 히트하면서 쇼와 시대의 삼종신기라고 불리면서 유래합니다)라고 불립니다. 

이 레코더 위주의 일본시장은 차세대 디스크 매체인 블루레이에와서 더욱 확실해져서 일본 가전 업체는 블루레이를 플레이어가 아니라 BD-R/RE 레코더 위주로 판매하기에 이릅니다. 오죽하면 세계 최초의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일본 업체가 아니라 삼성에서 나왔겠습니까? 의심이 되시면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되는데, 소니고 파나소닉이고 샤프고 간에, 전면에 커다랗게 스고록이며, 디가며, 아쿠오스며 블루레이/DVD 레코더를 내세우고 있는데 비해 DVD/블루레이 플레이어는 구석지게 위치한걸 알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전면에 위치한 업체는 민생용이라기보다는 매니아용의 전문 AV 업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DVR의 존재 의의 - 우리나라에도 DVR이 필요한 이유 
이 긴글을 쓴 이유는 우리나라에도 DVR이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간단한 이유에서입니다. DVR이 있어서 존재의 의의는 당연히 나중에 볼 수있게 녹화한다는 겁니다. 그건 VOD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오히려 더 간단한데, 특히 메가 TV며 하나 TV며 하는 IPTV 덕택에 조작성 까지 낫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VR의 존재 의미는 있습니다. 

첫째, HD급의 영상을 보존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상당수의 프로그램과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가 HD 촬영되어 방송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케이블 방송도 HD 제작한 컨텐츠를 방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 방송사도 HD로 VOD를 서비스 하지는 않습니다. HDTV 급 영상을 VOD로 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HD급 컨텐츠를 스트리밍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VDSL급 이상의 회선이 요구되고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FTTH등 100Mbps급 회선이 필요합니다. HD 화질의 동영상은 최소 16Mbps 이상의 비트레이트를 가지는데, 1Mbps 안짝인 비트레이트를 지원하는 현재의 VOD로는 HD를 제공하는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그게 설령 PC로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PC로 보는것과 대화면의 HDTV로 보는것은 격이 다릅니다. 저도 HDTV 튜너를 PC에 달아 보고 있습니다만, 5년도 더된 HDTV로 보는편이 훨씬 박력있고 좋더군요. 영 아니올시다였습니다. 마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것과 집에서 보는것 만큼의 차이였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런데 우리나라 대형 가전회사에서는 HDTV 급으로 녹화할 수 있는 장비를 내놓는 업체가 전무하다 보니, 이 프로그램을 나중에 봤으면 좋겠지만, 이 화질로 다시 보려면 방법이 없어서, 제 화질로 보기 위해선 이 시간에 보던가 아니면 재방송을 기대해야 하는데, 정말 짜증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영상을 보존, 소장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는 다큐멘터리며 드라마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닥치는대로 녹화를 했습니다. 할머니 사후, 할머니댁에서 한달간 지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잔뜩 모여있던 테이프의 '밭'을찬찬히 살펴보니 당대의 화제작은 망라되어 있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갖가지 사극을 비롯하여 최수종의 첫사랑이나 모래시계, 화이트 레드 등 컬러 시리즈, 베스트극장, 각종 특선 다큐멘터리나 비디오로도 못구하는 오래된 영화등등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여전히 VOD로 볼수 없는 귀중한 것도 많았습니다. 방송국 홈페이지에 가면 옛날 드라마를 VOD로 제공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만, 여전히 못보는게 더 많지요.  전 시드니 올림픽이나 경찰청 사람들, 다큐멘터리등의 프로그램을 라이브러리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거 VOD로 절대로 못보죠... 

CSI 같은 외국 드라마 같이 판권 문제가 있거나 다큐멘터리 같이 사이트가 없는 프로그램, 스포츠 이벤트, 이따금씩 해주는 특별 편성의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이나 제가 특히 좋아하는 공연 녹화 방송, 이번의 남대문 사건 생중계 같은 각종 특집 방송 들은 또 어떻습니까?  절대로 재방영 안해줍니다. 물론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면 몇몇 프로그램을 다시 해주곤 하지만 자기가 가질수는 없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을때 볼수는 없죠. 직접 녹화하지 않고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더욱이 그 케이블 방송까지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하면 입아파 집니다. 광고로 먹고 사는 케이블 방송인지라, 아주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VOD로 다시보기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DVR이 있으면 얼마고 녹화해 소장해뒀다가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질 열화 없이 장기간 디스크로 보존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화질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 됩니다. 녹화 당시에 가능한 가장 좋은 화질로 남기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나위 없을 겁니다. 그게 영화사가 원본 필름을 가지고 있고(그래야 나중에 신 매체가 나오면 이를 당대 매체로 텔레시네 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가가 네가티브를 보관하며(아무리 디지털이 발전했어도 지금 현재로썬 은염 사진 이상의 화질로 보존은 어렵다는게 중론이죠), 방송사가 가능한 고품질의 영상 라이브러리를 보관(방송사는 새 매체가 나오면 기존 매체로 나온 영상을 새로운 매체로 꾸준히 옮깁니다)하는 이유입니다. 

분명히 지금 초고화질이라는 HDTV도 나중에는 더 좋은 해상도의 TV의 등장으로 인하여 구식이 될 것이며, 그땐 어떻게 저런 화질을 감수해가며 봤냐 싶을 정도로 마치 지금 디지털 텔레비전으로 엉성한 아날로그 방송을 보거나,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흑백 텔레비전 당시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겁니다. 그러니 HDTV 화질 영상은 HDTV 화질로 녹화해야 합니다. 방송국의 오래된 드라마 사이트에 가면 600kbps나 1Mbps로 제작되는 최근의 방송과는 달리 겨우 300k 밖에(그당시에는 300k도 초고속이었습니다만) 안되는 비트레이트로 제작되어 화질이 매우 열악하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방송의 질이 SD로 제작되어 SD 화질이면 어쩔수 없지만 HD 방송을 SD 화질로 보는건 문제가 됩니다. 다시금 말하지만 새술은 새부대로 라고, HD 영상은 HD로 담아야 합니다. 

셋째로 비용이 들지 않는 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VOD를 사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비용을 지불하는게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방송 프로그램의 수익구조에서 인터넷 다시보기는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기위해선 돈을 내야하죠.

텔레비전 아침 프로그램에서 본 요리 레시피가 괜찮아서 다시 만들려고 하는데 솔직히 그 조리법 자체가 몇분이나 하겠습니까? 그것때문에 전체 프로그램 값을 내야하는 것도 불합리합니다.  이점도 VOD에는 없는 DVR의 장점입니다. 

방송국이 다르면 또 다른 방송사에 돈을 내야합니다.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요금을 더 받는 구조도 생겼습니다.  프로그램은 한번 결제 한 뒤에 몇시간 동안만 볼 수 있으므로, 보고 싶었던걸 또 보고 싶다면, 또 돈을 내야합니다. 오죽하면 메가TV나 하나TV 같이 IPTV는 VOD 서비스 무제한을 기치로 걸고 폭발적으로 보급됐겠습니까(그나마도 이게 늘어나자 MBC를 시작으로 제약을 가하는 움직임입니다만)? 하지만 이것도 어차피 돈을 내고 봐야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영상 공급원의 서비스가 중지되면 그냥 그걸로 끝입니다.  

시차도 문제입니다. TV 광고가 일차적이고 최대 수익원인 방송사는 방송이후 일정한 타임 윈도우를 두고 방영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방송한 다음날 12시였던가요? 직접 녹화 하면 경쟁되는 방송을 바로바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DVR 이 있다면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넷째는 조작의 쉬움 때문입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저희 할머니는 VCR을 조작해서 예약 녹화 했습니다. 허나 PC를 이용해 VOD를 결제해서 보는 것은 40대인 우리 어머니도 어려워하십니다. 50대이신 아버지는 하지도 못하구요. 20대인 저도 불편하고 거추장스럽습니다. 그냥 버튼 눌러서 녹화해뒀다가 버튼 한번 눌러서 보길 바라는 것을 바라는게 과한것인지요? 

마지막은 디지털 미디어 센터 기능입니다. 
캠코더가 이제는 점점 일상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촬영된 컨텐츠는 더빙이라는 과정을 거쳐 테이프나 DVD로 옮겨야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있고, 보관과 재생에 편리합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압축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 SD메모리카드나 메모리스틱을 사용한 캠코더도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기기는 점차 보급이 확산일로이며, 파나소닉의 경우 아예 SD메모리카드 카메라, HDD 카메라 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매체에 옮겨 저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PC에 저장할 수도 있지만 PC는 편집에는 편리하지만 작동이 어렵고 또 HD 컨텐츠를 재생하기에는 모니터가 작아서 본질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DVR로 해결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DVR에 저장하고, DVD나 블루레이로 구울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외에도 아날로그로 되어 있던 비디오 테이프나, 6mm 테이프등 SD급 매체를 더빙해 DVD로 옮겨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추억을 돈주고 보는것이 옳은가?

솔직히 말해서 이 긴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뭐하러 돈들여서 기계를 만들고, 또 그걸 사서 보느냐, 그냥 VOD로 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여러분이 여행을 하시면서 사진기를 챙겨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추억을 기념 하고 그 추억을 보존하고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단순히 여정지의 모습을 남기는 것이라면 전문가가 찍어서 관광지에서 파는 관광엽서나 팜플렛, 화보집 쪽이 더 보기 좋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진기를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저같은 경우 여행시에 보통은 사진도 찍고 이런 것들도 꼭 챙겨서 보관을 합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분은 되도록이면 열심히 찍고, 또 도록도 한부 삽니다. 그게 남는거니까요. 그렇게 한번 마련해두면 언제고 보고 싶을때 다시 펼쳐서 볼 수 있으니까요. 봤던것을 추억하면서 갔을때의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초기에 수고나 비용은 들지만, 내가 이걸 소장하는 동안은 얼마든지 마음껏 보고 추억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추억을 돈받고 다시 보는 건 정말로 살풍경한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제 논리입니다. 

마치며 - 대기업의 참여를 바라며

이글을 쓰면서 조사를 해보니 DVICO라는 중소기업에서 DVR을 판매하고 있으며, 또 PC용으로 HDTV 수신및 녹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디비코에서 나온 HDTV 수신기를 가지고 있으며, 가~끔은 녹화에 사용하지만, 쓰기 어려워서 방치해놓고 있었습니다. 디비코의 제품은 분명 DVR의 기본적인 기능을 충족하고 있었습니다만, 엠베디드 OS에 HDTV 튜너와 하드를 단 것으로, 가전 제품이라기 보다는 컴퓨터의 연장내지는 주변기기처럼 보였습니다. 컴퓨터와의 연계를 하는 점은 좋았지만, 결국은 컴퓨터가 없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에서 가전제품이라기보다는 컴퓨터 주변기기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로, 하드가 가득차면 어떻게 합니까? 컴퓨터나 외장하드에 USB나 이더넷을 연결해서 '덜어내야' 합니다. 비디오 테이프 넣고 녹화 버튼만 누르면 되고 예약녹화법만 알면 예순이 넘은 노인도 쓸수 있던 비디오와는 다릅니다. 라이브러리를 만들기 위해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건 좀 문제입니다. 예순 넘은 노인한테 컴퓨터 랜케이블 접속과 컴퓨터 사용법까지 가르킬순 없잖습니까? 

중소기업 무시하는것은 아니지만 제품력 및 판촉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중요한건 엘지전자나 삼성전자같은 대기업입니다. 이 두개 기업이 움직여줘야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무언가 확산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전 얘기를 하면 본의아니게 할머니 얘기를 자주하게되는데, 전에 쓴글 <세계 표준에 대한 아쉬움>에서도 밝혔듯이 할머니는 일본 제품을 수선해서 한국에서 쓰셨습니다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일본제 DVR도 결국은 일본에서만 쓰이고 있는게 실정이고, 미국제 DVR도 미국에서만 쓰이는게 현실입니다. 방송사에게서 돈 받아먹지 않았다면 제발 좀 만들어 주십시오...

결국은 이게 얼마나 생활 밀착형 제품이라는 것이지요. 분명 녹화하는 기능은 필요합니다. 그걸 만들 업체는 결국에는 둘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겁니다. 한국형 EPG를 만들고,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고 판촉한다면 좋은 판매를 보일 것입니다. HD방송을 녹화하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잖아도 HD 컨텐츠는 부족하고 값도 비싸므로, 공짜로 접할 수 있는 지상파 디지털의 녹화는 저렴하게 HD 컨텐츠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저는 솔직히 기회는 지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루레이. 이것이 DVR 시장 개척의 유일한 활로입니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블루레이를 위해서 HDTV를 바꾸고 그를 위해서 HD급 플레이어를 구매할 때 일본에서처럼 기록이 가능한 기기를 판매하여야 합니다. 매니아랑은 달리, 복수의 재생기를 두지 않을 것이 뻔하고, 또 세대의 전환이 아니면 플레이어의 교체도 어렵습니다. 블루레이와 HD-DVD의 경쟁이 연초 워너의 결정으로 인해 거의 잔불정리 과정이라고 보여지는 과정에서도 DVD의 위치는 여전히 확고합니다. DVD를 여러대 가지고 있는 집은 거의 없잖습니까? 

그리고 생활밀착형 제품이니 만큼 최대한 쉽게 만들어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일을 달리 누가 합니까?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제발 우리나라 대기업도 DVR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다못해 블루레이 레코더라도 하나 내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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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곰

2008/02/12 23:23 2008/02/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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